지요의 옛 방

추억의 장소, 예전의 다락방

생각 나는 대로 마구잡이 잡담

2007/08/19 03:14  |   조각조각  |   JIYO
일하다, 노곤해서 잠깐 눈을 감았다. 30분만 자고 일어나서 투니에서 새로 하는 애니 《오란고교 사교클럽》(원작은 《오란고교 호스트부》)의 재방송을 봐야지 했다. 눈을 뜨니 11시 53분. 일어난 게 기적이다. 보통 이렇게 눈을 붙이면 세 시간은 기본인데. 결국 '오란'은 넘기고 일본 드라마 《꽃보다 남자2》로. 아무래도 타이완 판인 《유성화원》과 비교하게 된다. 츠카사 쪽은 마츠모토 준이 낫고, 루이는 주유민(한자 몰라, 그래서 중국어 표기 못해, 찾을 마음 없어)이 낫고, 나머지는 비슷비슷. 루이는 좀 심하더라. 그 빈티라니. 울고 싶었다. 일본 판이 더 과장된 느낌. 말도 안 되는 설정인 건 둘 다 같으니 통과. 원래 '마츠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좋아할 수가 없는데, 가 맞는 말일 듯;), 여기서는 츠카사 쪽에 썩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얘는 정말 '짐승'의 느낌(절대 폄하 아님)이라. 뭐, 원작 만화를 안 봤으니 더 할 말은 없고.

과장된 느낌, 하니까 요즘 엠비시무비에서 하고 있는 《노다메 칸타빌레》가 생각난다. 우에노 주리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그 여학생이 맞나 싶다. 요즘 코미디 영화에 많이 나오고 반응도 좋은 것 같던데. 《노다메 칸타빌레》에 관해 쓴 블로그 글들이 거의 열광하며 다뤘던 남자 타마키 히로시도 드디어 봤다. 어딘지 느낌이 묘해서 잘생긴 건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는데, 가끔 아주 감탄할 만한 모습을 보여 주더라. 몸매가 워낙 좋아서 전체 실루엣은 확실히 눈보신이 된다. 요즘 활발하게 활약하는 것 같지만 내가 보고 싶은 영화는 없었고.

일본 드라마나 애니를 다운받아서 보는 편이 아니어서 이렇게 케이블에서 해 주는 걸 알기 전에는 제때 뭘 보기가 어렵다(그래도 소루 님 덕에 《은혼》은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으나 언제 시작할지는 아직 미정;). 베이징 간다고 다시 종종 중화TV 틀어 놓고 타이완 판 《꽃보다 남자2》를 보고 있다. 그런다고 안 되는 중국어가 돌아올 리야 없지만, 그냥 자기 위로지.

요가 센터에서 요가를 마치고 나오는데 선생님이 나더러 드라마를 안 보냐고 물었다. 요새 《커피 프린스 1호점》으로 애들이 난리인데 혼자 무심히 나와 움직이는 게 좀 신기하셨나 보더라(센터 거실에 텔레비전이 있다). 공중파는 잘 안 본다고 말하다가 왠지 난처해서, 사실은 주로 투니버스 봐요, 했더니 주변에 있던 처자들까지 웃는다(온게임넷이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아찔하구나...;). -_-;;; 이루릴도 C도 보라고 해서 가끔 재방송하는 걸 볼 때가 있는데, 찾아서 볼 정도로 재미있지는 않았다. 그나마 최근에 열심히 보려고 '노력'했던 공중파 드라마라면 《마왕》인 듯. 시즌3 시작한 《하우스》도 시간을 까먹고 놓쳐서 못 보는 인간인데, 뭐. 이런 거 생각하면 대체 난 기억해서 제대로 하는 게 뭐냐 싶어서 살짝 우울해진다.

베이징 가기 전까지 마칠 일의 일정을 잡고 그 빡센 일정에 한숨을 쉬다가 어쨌든 여행비도 장난 아닌데 돈 벌어야지 싶어서 열심히 노동. 그제까지 열라 일했더니 어제오늘은 확실히 처진다. 이럼 일 못 넘기는데; 꼭 이렇게 정신 없을 때 만나자고 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나도 나가고 싶다고요. ㅠ.ㅠ 하지만 나의 선택은 일이(어야 하)지. 지난 목요일 한낮에 큰마음 먹고 땡볕을 감수하면서 도서관을 갔더니 사람이 너무 몰려서 대기자만 200명이 넘는단다. 어찌나 좌절되던지. 울면서 그 옆의 구식 건물인 청소년회관 도서실로 허위허위 걸어갔더니 떡 붙인 팻말 "매주 목요일은 휴관입니다". 거기서 내 단골카페까지는 기본 30분.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버스 노선은 애매하고 택시 타기는 돈 아까워서 할 수 없이 잉잉 울면서 카페까지 걸어갔다. 그리고 10시까지 죽어라 일하고 나왔더니 왠지 또 꿀꿀. 집으로 가다가 발길을 돌려 전에 이루릴이랑 맥주 한 잔하려고 하면 가던 술집으로 갔다.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코로나 한 병을 비우고 터덜터덜 집으로. 그래도 그러고 나니 기분은 좀 낫더라. 역시 맥주가 좋다. 하이네켄다크가 먹고 싶었으나 사실 그때는 오히려 코로나라서 다행이었는지도.

그다지 더위를 안 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잘 참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선풍기도 몇 번 튼 적이 없다. (방 구조상 내 방은 여름에는 사우나, 겨울에는 시베리아 벌판이라) 부모님과 동생은 내 방에 들어오지도 않으려고 하는데, 난 일에 집중한다고 문까지 닫고 있으니 보는 사람이 미치겠나 보더라. 요새 만날 "넌 어떻게 그 방에서 그러고 있냐? 선풍기는 왜 안 켜?"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더위를 안 타나 했는데, 조용히 맛이 가더라. 그 상태에서 밤이 되면 몸에 기운이 없어지고 잠이 온다. 알고 보니 땀띠도 나 있었고. 난 적당히 에어컨 바람 쐬는 건 좋아한다. 오래 있으면 힘들지만, 더운 날 적당한 에어컨은 내게 활동성을 부여한다. 그래도 매일 카페에 가서 죽치는 건 좀 미안하잖아;;; 주말엔 손님 많아서 특히나 안 가는데. 괴롭다. 덕분에 안정적인 작업 공간을 구하고 싶은 생각이 갈수록 강해진다.

뱅기표도 숙소비도 그러더니, 이번엔 환전하려니 환율이 오른다. 야, 장난하냐. 나더러 가란 거야 가지 말란 거야. 간 김에 괜찮은 음악회 같은 거 없나 했더니 딱 나 있는 기간이 빈다. 그 와중에 1일에는 백건우 공연(대충 눈으로 훑었는데 라흐마니노프였다. 그러나 중국어로 표기된 거고 썰렁한 내 중국어 실력으로 훑은 거라 믿을 수는 없다;)이 있어서, 오, 대박이다! 가겠다! 했는데, 그날은 거기서 만나기로 한 분과 종일 일정이 있다. 심지어 (아마도) 밤까지. 너무하다. ㅠ.ㅠ 중국미술관에서도 유럽 미술 전시회를 하는데 나 가기 전에 끝난다. 그러니까 나 가는 기간은 문화 행사의 공백기란 거지. 에휴. 본래 목적에만 집중하라는 하늘의 뜻이겠거니, 한다.

드디어 오늘 알라딘에서 물품이 왔다. 드디어 도쿄지헨의 《오스카》가 왔고, 위잉스의 책도 왔다. 예상보다 간단하면서도 읽기 쉬운 듯해서 기대된다. 아아, 그리고 다아시 경이 왔다. 이게 그의 마지막 왕림이다. 그걸 생각하니 도저히 책장을 넘길 수가 없다. 아까워아까워아까워아까워아까워아까워아까워아까워아까워. ㅠ.ㅠ 이래서 죽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선 안 돼. 그나저나 책 하나 잘못 사서 스피커 사는 김에 더 주문해야 한다. 젠장, 다음 달에도 플래티넘이겠구나. 내 주제에 플래티넘이라니. 보레아스한테 부탁해서 책이랑 CD 사야겠다.

동생이 맥주 사 왔다. 이 열대야 새벽에 마시는 맥주. 크크크. 마시고 일하고 밤을 새 버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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